어느 날 필 박사는 사업하는 친구의 사무실에 우연히 들르게 되었다. 사무 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그는 바로 출입문 정면에 한 장의 낡은 석판화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. 무채색으로 그려져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석판화 속의 그림은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.
밑이 평평하고 뱃전이 높은 나룻배 한 척이 조수가 빠져 나간 모래 언덕에 덩그러니 얹혀 있고, 그 옆 모래사장엔 두 개의 노가 제멋대로 나뒹굴었다.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파도가 물결치는 모습이 득하게 그려져 있었는데, 어쩐지 삭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. 상당히 어두운 바탕이라 그런지 생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절망적으로 보였다.
친구는 그런 우울한 그림을 문 바로 앞 시선이 잘 모아지는 곳에 떡하니 걸어놓은 것이다. 이상한 생각이든 필 박사가 친구에게 슬쩍 물어 보았다.
"많고 많은 그림 중에 왜 하필이면 저 그림을 걸어 두었나?"
그러자 친구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.
"이 그림은 내가 가장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네, 나는 저 그림 밑에 쓰여 있는 문구가 맘에 들어 바로 사들였지.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영원히 지속되는 슬픔이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하네.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저 나룻배를 바다로 끌어들일 조수가 밀려 들거라는 희망이 생기는 거지. 그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힘이 솟아난다네."
친구의 말을 듣고 필 박사는 그림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. 그림 밑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.
"조수는 언젠가 반드시 밀려올 것이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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